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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14 09:42:02
  • 수정 2022-02-15 09: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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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유한) 현 박지훈 변호사

얼마전 실제 있었던 사례의 이야기이다. 80대 후반의 A()씨가 노환으로 사망하셨는데, A씨는 52녀를 두고 가셨다. 그런 만큼 자녀들, 손자손녀들의 조문객으로 장례식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코로나 유행 이전의 일임).


그런데 시간이 흘러 다음과 같은 사정이 밝혀졌다. A씨의 장남 B씨가, 전체 부의금에서 자신(B) 앞으로 들어온 부의금을 따로 빼내어 챙겨 놓은 후, 전체 부의금에서 B 앞으로 들어온 부의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 즉 다른 형제자매들 앞으로 들어 온 부의금으로 장례비를 충당한 것이다. 그리고 장례비에 충당하고 남은 부의금은 7남매가 균분하여 나누어 가졌다.


그런데 위와 같은 B의 행위는 형법상 명백히 횡령죄에 해당한다. 우리 법원의 판례는 부의금이란 장례비에 먼저 충당될 것을 조건으로 한 금전의 증여이므로, 교부받은 부의금의 금액이 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아닌 가족 별로 다르더라도, 동 금원은 모두 장례비로 충당되어야 하며 이 점은 부의금을 받은 자가 상속자격이 없는 자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가정법원 2010. 11. 2. 2008느합86 심판). 그리고 위 판결은 아울러, “부의금의 총 합계액이 장례비를 상회한다면 장례비에 충당되고 남은 금액은 평등하게 분배함이 옳다라고 못을 박고 있다.


위의 판례는 접수된 부의금이 누구 앞으로접수된 것인지 명확치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쉽게 설명하면, 부의금을 납부한 자가 망인의 자녀 중 여러 명과 친분이 있다던가, 혹은 오로지 망인과의 생전 친분관계에 기해 부의금을 납부한 경우, 부의금 피교부자가 누구인지 확정짓기 곤란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판례는 장례비용의 부담은 상속에서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라 망인과의 친족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함이 옳다고도 판시하고 있다. 장례비용의 부담은 상속분 여하에 상관없이, 망인과의 관계, 즉 위 사례에서 망인 A와 장남B씨의 관계 뿐 아니라, 친족관계에 기초하여 망인의 다른 자녀들에게 공통적으로 부과되는 의무라는 것이다.


유교사상이 뿌리깊은 우리 사회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상속권을 장남이 당연히가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사회가 급격히 변화했고, 장남과 차남 간, 아들과 딸 간에 상속분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는 법률규정도 널리 인식되게 되었다. 상속분에 차이가 없는 이상, 장례비 부담 역시 평등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취징다. 향후 더 이상 부의금과 장례비부담을 둘러싸고 형제자매들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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