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05-03 09:11:07
기사수정

로스쿨도입 10! 그 허와 실!

 

                                                      

▲ 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장)


 

로스쿨제도가 도입된지 10년이 지났다. 3년 과정을 이수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법조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지난 7회의 변호사시험 대학별 합격률이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초기 변호사시험 응시자대비 합격률은 87%정도 되어서 별 탈이 없는 듯 보였으나, 로스쿨 수료 후 5회까지 응시할 수 있으므로 해가 갈수록 합격률은 낮아져서 올해 합격률은 48%에 불과하니 걱정이다. 또한 대학별 합격자비율이 최대 3배 이상의 편차가 난 사실을 두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인 양성의 유일한 통로인 사법시험제도의 폐단이 너무도 커서 그 병폐를 제거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제도가 10년 만에 응급실 아니면 중환자실로 옮겨 가야할 환자취급을 받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된 2008년은 고려 광종 때 쌍기의 진언으로 도입된 과거제도가 무려 1,000년 만에 바뀐 의미있는 해라면서 자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과연 그 정도로 역사적 평가를 할만큼 고품격의 제도로 가치부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다. 모든 제도를 도입할 때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숙명적 원칙이 있다.

첫째, 그 제도의 본질과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무늬만 갖추고 내용은 전혀 다른 눈속임의 제도도입은 필패이다.

,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그 이전 제도에서 특권적 지위를 누리던 자들이 제도의 설계나 기획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기득권의 영속을 보장하면 새로운 독과점형태의 기득권층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은 제도의 본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셋째,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그 제도가 정의와 형평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재단하여 엿장수 엿 나누어주듯 권력적 시각에서 정무적 판단하에 자의적 배급(?)을 해서는 안 된다. 로스쿨은 결코 나눠먹기식 제물이 될 수 없는 성격의 제도이다.

넷째,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그 제도가 제대로 착근·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 환경이 구축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소나 말은 초지에, 은어나 송사리는 물에 풀어야 한다. 배를 산으로 끌면 안 되며, 자동차를 물로 끌고 가면 안 된다.


로스쿨제도도입의 의의는, 법조인 양성권한을 국가가 아닌 민간이 가지게 된 것이 획기적인 변화이다. 법조인을 단판 승부의 시험에 의해서가 아닌 정규의 교육을 통해서 양성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사법시험이라는 단판 승부를 위해 청춘을 바쳤으나 실패한 절대다수의 고시낭인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또한 시험과 교육의 연계성이 없으므로 법학전공자는 물론이고 전공불문코 전 대학의 준재들이 일확천금의 신기루를 따라 구름떼처럼 신림동 고시촌으로 몰리고 몰려 대한민국 대학교육전체가 황폐화되는 기현상을 막을 방법은 시험이 아닌 정규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이렇게 도입된 것이 로스쿨이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이다. 로스쿨은 그제도적 본질이 법조인을 대량생산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로스쿨제도는 근본적으로 자율과 경쟁체제에서 운영되는 제도이다. 타율과 과도한 통제·규제하에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제도이다. 그러나 로스쿨도입을 두고 누가 어떻게 무엇을 잘 가르쳐서 다양화·전문화·특성화된 양질의 교육을 시켜, 사회 각계각층의 법률수요를 감당케 함은 물론이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법률전문가로 양성하여 선진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토록 해야 한다는 대의를 망각한체, 과거의 사법시험인원을 통제하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어라 수(총입학정원)의 논쟁만 하다가 별 준비나 합의도 없이 덜컹 제도를 도입하였다. 어떻하건 법조인 다산(多産)제도인 로스쿨의 명찰은 달았지만 법조인배출은 현재수준으로 묶겠다는 식의 접근으로 일관한 법조의 입장을 존중(?)하여 결국은 총정원도 대학별정원도 로스쿨선정도 모든 것을 정부가 쥐고 흔드는 바람에, 내용은 사법시험인데도 간판만 로스쿨을 단 기형의 로스쿨이 탄생하면서부터 불행은 예고된 것이었다.


로스쿨진입도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살인적 인가기준을 설정하여 만리장성보다 더한 과도한 진입장벽을 쌓아 감히 들어 갈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로스쿨 배정도 단순한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지역별로 분산·배분한다면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기준으로 로스쿨을 안배(?)하다 보니 배정순위에 들고도 탈락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대학별 정원이 많게는 150명에서 적게는 40명까지 중구난방으로 배정하여 그야말로 로스쿨은 만신창이가 되어 문을 열었다. 막상 전국의 25개 대학에 로스쿨을 배정한 이후에도 정부와 법조측은 이미 태어난 로스쿨을 잘 키울 생각은 않고 마치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처럼 어떻하든지 골병을 들여 로스쿨제도를 매몰시키려는 의도인지 로스쿨 운영 전 과정에 사사건건 관여하여 각 대학별 특성화·다양화교육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그저 변호사시험학원으로 전락하여 25개 전 로스쿨이 무미건조한 법조인을 배출하는 공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총정원과 대학별정원을 옥죄어 로스쿨 진입장벽을 치고, 또 로스쿨 수료 후 평균 합격율 50%를 밑도는 변호사시험이라는 저승사자를 두어 로스쿨이야말로 포로수용소와도 같은 타율의 강력한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대학 스스로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할 조건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은 현실에서 결국은 25개 로스쿨이 나름 독과점을 형성하여 현상유지를 해 오다가 이번 변호사시험 합격율을 공개하면서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로스쿨 실패의 1차적 책임은 법조의 편을 들어 준 정부에 있다. 원래의 제도의 이념이나 목적·본질에 맞게 로스쿨은 자율과 경쟁에 맡겨야 한다.


인가기준을 충족하면 로스쿨진입이 가능해야 하고 최소한의 적정정원이 확보되어야 하고, 다양하고도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의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 법조인 배출 수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바보짓이다. 로스쿨 진입도, 교육과정도, 변호사로서의 활동도 자율경쟁에 의하도록 하고, 그 평가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오직 자율경쟁을 잘 할 수 있도록 후견적 역할만 하면 된다. 언제부터 정부가 특정직역(법조)의 수입을 챙겨주는 관용의 후견인이었던가. 자율에 맡기고 경쟁에 방목해야 한다. 그래야 그 시장에서 선수(?)가 태어나는 것이다.


법조측에서 걱정하는 법조인 수의 폭증으로 법률시장이 교란된다거나 수임료가 낮아 변호사의 생활이 어렵다거나 하는 것도 일견 이해는 가나 그것은 단견이다. 시장을 확장하고 직역을 넓혀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법조인 수를 줄여서 법률시장이 선진화되고, 시민에게 양질의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선수층이 두터워야 신기록이 나지 한 두 명이 경쟁없이 훈련하여 기록갱신이 가능할까? 법조인 수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로스쿨을 더 이상 재단하는 것은 안 된다. 그러므로 법조인의 활동영역을 송무분야에 안주시킬 것이 아니라 예방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회 전 영역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개혁안으로는 우선 유사법조직역과의 통합을 위한 광의의 법률가일원화를 통해 관련 자격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길이 로스쿨로 통하도록 해야 한다.


심지어 행정고시나 국립외교관시험조차도 로스쿨로 통합하여 전방위적 팽창정책으로 나아가야 로스쿨이 제대로 된 로스쿨다운 로스쿨로 세워지고, 법조도 살고 나라의 법치주의도 살고, 궁극적으로 국제경쟁력도 확보할 수 잇을 것이다. 왜 법조인은 법원주변에만 몰린다 말인가? 중앙 및 지방정부, 공공기관·공기업, 사기업, 각종 NGO, 영리·비영리 단체, 학교법인, 협동조합, 종친회 등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고, 분쟁이 있고, 의사결정과정이 있으니, 그 전후과정에서 법적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잇도록 법률전문가의 사전예방적 기능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기구나 국제NGO, 국제경제·사회단체 등으로 진출하여 한국법 수출전사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로스쿨 도입이후 법학교육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져 있다. 학문으로서의 법학도 사라졌고, 학문후속세대양성기능도 약해졌고, 법학교육인구도 급감하였으며, 중고등학교에서는 법교육과목 자체가 없어졌다. 각종공무원시험에 법과목이 없어졌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만개하는 선진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이래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반듯한 로스쿨, 광개토대왕식의 법조직역의 대확장, 시민의 법의식 향상, 사법개혁을 통한 시민의 사법신뢰회복, 인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의 고양 등을 통하여 법치대한민국의 융성한 내일을 기대한다. 올바른 로스쿨이 그 답이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무단전제 및 재배포금지

http://www.sjtv.co.kr/news/view.php?idx=31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